정자동 Recipe - 90년대 느낌의 양식

예전에 살던 정자동에 Recipe라는 식당이 있다. 정자동에 살고도 한참 후에 발견을 했는데 사실 문 닫은 식당인 줄 알았다. 열려 있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워낙 외진 장소라 새로운 가게가 안 들어오는구나 정도로 생각했는데 3월에 산책을 하다가 그 가게 카운터에 할아버지 한 분이 앉아 있는 걸 봤다. 김시크 양이랑 나랑 깜짝 놀라서 검색을 해 보니 운영을 하는 곳이었다. 양식은 양식인데 옛날 스타일의 음식을 하는 분위기. 

나중에 한 번 예약하고 가 보기로 하고 잊고 있었는데 얼마 전 일요일에 김시크 양과 저녁을 먹기로 했다. 원래는 다른 곳을 가려고 했는데 김시크 양이 거기는 어떠냐고 물었다. 당일 예약이 될까 싶었는데 바로 예약이 돼서 갔다. 
테이블은 여섯 개 정도 있었는데 자리마다 플레이팅된 접시가 달랐다. 그날 손님은 우리뿐. 처음 보는 그릇이라 어디 건지 보니 에밀 앙리라는 프랑스 브랜드. 

먼저 양파 빵이 나오고 슈 안에 샐러드를 채운 전채와 연어 위에 샐러드를 올린 전채 두 가지가 나왔다. 스프는 양송이와 야채 중에서 고르는 거였는데 나는 양송이, 김시크 양은 야채를 골랐다. 양송이는 평범하게 나왔는데 야채는 커다란 조가비가 그릇이었다. 뜨거우니 조심하라고. 이미 전채도 양이 적지 않았는데 스프도 양이 많아서 스프는 먹다가 남겼다. 

샐러드는 야채는 매우 신선했지만 소스가 머스터드. 요즘 들어 머스터드 소스를 주는 샐러드를 본 적이 없는 듯. 메인은 스테이크였고 가니쉬는 페스트리 퍼프 튀긴 거에 샐러드를 담은 거였다. 스테이크는 구웠다기 보다는 호텔 예식에서 나오는 찐 듯한 느낌. 미리 예약하면 생선도 가능하다고. 디저트는 당근이 든 케이크에 오렌지와 자몽. 그리고 홍차와 커피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홍차도 레몬 한 조각을 띄운 립톤이라 90년대 느낌이 물씬 났다. 

요리는 할머니가 하시고 서빙은 할아버지가 하시는데 아무래도 그 건물의 건물주가 아닐까 싶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손님이 없는, 게다가 가격도 매우 싼 레스토랑을 운영할 수가 없지.

음식은 진짜 90년대 느낌이라 고급 레스토랑이 넘쳐 나는 요즘에 그렇게 경쟁력이 있는 느낌은 아니다. 하지만 디너가 이렇게 풀 코스로 나오는데 가격이 35000원. 게다가 나름대로 격식을 갖춘 곳이라 애들 데리고 가족끼리 싼 가격에 양식 체험하러 가기는 나쁘지 않을 것 같은 느낌. 아이들에게는 이런 곳에서 순서대로 식사한다는 자체가 재미있는 경험일 수 있으니까. 

덧글

  • abc 2021/04/30 10:31 # 삭제 답글

    정자동 근처로 이주 예정인데 한 번 예약하고 가봐야겠어요
  • cintamani 2021/04/30 12:35 #

    예약 꼭 하고 가세요. 예약 없으면 안 여는 것 같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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