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박물원의 변화

대만 고궁박물원에 참 여러 차례 갔는데 이번에 갔을 때가 가장 만족스러웠달까 인상이 깊었다. 언제 가도 늘 비슷비슷한 전시만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가니 굉장히 의욕적으로 기획전을 하고 있는 것이 뭔가 물이 바뀌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박물원 수장이 바뀌었거나 학예팀이 물갈이가 됐거나 한 듯. 

전시 자체가 그렇게 재미있었던 건 아니지만 나름 의미 있어 보였던 것이 이 고인장중서. 수진본(袖珍版)이라고 소매 안에 넣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작은 크기로 만든 책에 관한 전시였다. 이런 수진본이 나오게 된 역사적 배경, 수진본의 종류와 발달사를 이해하기 좋게 전시해 놓았다. 수진본이라고 해도 현대의 책보다 큰 크기이지만 기존의 책과 비교한 크기를 보면 그래도 작긴 작구나 싶고, 표지를 예술적으로 아름답게 꾸민 것도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본 것이 천향이라는 전시였다. 중국의 향 문화에 관한 것이었는데 향의 원료가 되는 침향목부터 해서 향낭이나 향로처럼 향 문화로 생긴 예술품까지 다양하게 전시하고 있었다. 

향을 즐기려면 향로만 필요한 게 아니라 향을 보관하는 향합, 재를 치우는 작은 기구를 담는 함까지 세트로 구비해야 했다. 
향목도 그냥 지니는 것이 아니라 아름답게 조각해서 지니기도 했고, 향낭도 향목 자체를 노리개로 만든 것부터 옥으로 만들어 안에 향목을 넣은 것까지. 

이것 말고도 전국시대부터 한대까지의 옥기를 전시한 실환지간(實幻之間)이라는 특별전도 있었는데 세 전시 모두 굉장히 교육적이고, 단순히 예술품을 보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전시를 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실환지간은 옥 공예품의 발달 과정이나 문양의 의미, 문양의 패턴화 방법, 문양에 나타난 시각적인 특징 같은 것을 굉장히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언제나 가서 옥 배추랑 육형석 보고 도자기나 옥기 좀 둘러보고 나오곤 했는데 이번에는 꽤 흥미롭게 즐길 수가 있었다. 이전에도 특별전이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이렇게 흥미로운 전시는 없었달까. 그리고 이번에는 옥 배추랑 육형석이 없었다. 타이난 박물관의 유물이랑 교차 전시를 하고 있어서. 여러 번 본 나는 별 상관 없었는데 처음 온 사람들은 꽤 안타까웠을 듯. 

덧글

  • 하늘라인 2019/02/13 00:12 # 답글

    참고로 말씀을 드리면 고궁박물관 창고에 보관중인 유뮬을 교차전시 중인데, 산술적으로 평생동안 모든 전시를 다 본다고 해도 다 못 볼 정도로 수량이 많다고 합니다.

    최근에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2년인가?(확실치 않습니다)에 걸쳐 한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습니다.
  • cintamani 2019/02/13 12:01 #

    늘 같은 카테고리에 전시품만 조금씩 바꾸는 느낌이었는데 이렇게 새로운 기획전을 여러 개 하니까 흥미롭고 좋더라고요. 똑같은 유물이라도 어떻게 기획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에게 주는 느낌이 참 다른 거 같아요.
  • 좀좀이 2019/02/13 05:19 # 삭제 답글

    고궁박물관에 있는 보물들은 평생 봐도 다 못 본다고 하는데 지금이 좋은 전시 보기 위한 절호의 기회인가 보군요. 중국 향의 역사와 문화를 볼 수 있는 전시라니 참 흥미로워요. 향은 참 많이 접하는 건데 의외로 역사와 문화를 깊이 알기 어려워서요 ㅎㅎ
  • cintamani 2019/02/13 12:06 #

    기획전이 다들 기간이 길어요. 천향은 작년 5월부터 올해 10월까지 한다고 하고.
    전시 끝쪽에 짧은 영상물이 하나 있었는데 현대인이 차를 마시는 것이나 디퓨저 같은 것을 사용하는 것도 결국은 같은 흠향 문화라는 의미를 담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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