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식 절 동국사

군산에서 일본 세관이니 조선은행이니 하는 근대 건축물을 많이 봤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동국사였다. 조선은행 같은 건물은 원래의 용도가 아니라 전시관으로 쓰이고 있어서 현장감이라고 해야 하나 오리지널리티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게 많이 사라진 느낌이었는데 동국사는 여전히 절이어서 예전 그대로라는 기분이 들었다. 

대웅전은 지붕 모양이 딱 일본식 건축물. 그 옆에 딸린 곳도 일본식 건물이다. 옆쪽으로 현재 식당으로 쓰고 있는 건물은 새로 지은 것이라 한옥 양식. 동생은 똑같이 일본식으로 짓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는데, 해방되고 조계종이 절을 접수한 다음에 새로 올린 것이니 당연히 한국식이지. 그때 이게 관광지가 될 줄 알았겠나. 일본식으로 지을 수 있는 사람도 없었겠고, 그 시절에 일본식으로 지었으면 욕 더럽게 먹었겠지. 

절도 그렇지만 뒤쪽의 대나무 숲도 종은 잘 모르겠지만 잎이 한국에서 흔히 보는 대나무랑은 좀 달랐다. 어쨌거나 절 뒤에 무성한 대나무 때문에 풍광이 아주 좋더라. 

담 아래쪽으로 이렇게 석등이 쪼르르 늘어서 있었는데 크기나 모양이나 한국식 석등은 아닌 느낌. 담 아래쪽의 석축도 돌을 마름모꼴로 쌓아서 한국 석축이랑은 차이가 있었다. 

사실 일제시대에 절이랑 신사를 꽤 많이 지었을 텐데 지금은 없는 걸 보니 해방되자마자 사람들이 다 때려 부순 모양이다. 정서를 생각하면 그게 당연하기도 하고. 하긴 대만에서 진과스 갔을 때 신사 그대로 남겨 놓은 거 보고 얘네들은 속도 좋다고 생각했었으니까. 

동국사가 국내에 남아 있는 유일한 일본식 절 건물이라는데 근대의 발자취라는 명목으로 관광지가 된 걸 보니 이제는 식민지 시대의 그림자에서 우리 나라가 정말 많이 벗어났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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