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타닉 가든을 기대했는데 파고다 공원

예전에 갔을 때 마카오를 제대로 못 봐서 이번에는 마카오에 오래 있으려고 했었다. 그러다 구리와 함께 가게 돼서 홍콩에서 2박, 마카오에서 1박을 하게 됐다. 그래도 지난번보다는 좀 더 찬찬히 마카오를 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서 성 바울 성당 유적으로 끝내지 않고 안쪽에 있다는 까모에스 정원까지 갔다. 

내가 본 책자에 마카오 시민들의 휴식 공간이라는 말이 있기에 싱가포르의 보타닉 가든 같은 걸 생각하고 갔다. 
그런 이미지가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이렇게 부분만 찍은 사진에서는 열대의 느낌과 호젓함이 동시에 느껴지니까. 

하지만 실제로 본 까모에스 정원의 실상은
이쪽에 훨씬 가깝다. 여긴 그나마 노인 분들이 몇 분 안 계시지만 까모에스 공원 앞이랑 공원 입구 벤치마다 노인분들이 앉아서 새 자랑도 하고 수다도 떨고 계셨다. 

까모에스 공원은 주택가 한가운데 있었는데 인근의 노인분들이 이곳에서 소일을 하시는 것 같았다. 그냥 수다만 떠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운동하시는 분, 춤 같은 걸 추시는 분, 취미 활동을 하시는 분이 더 많았다. 가장 많은 건 새장 가져와서 교류하시는 분들이었지만. 

공원은 꽤 커서 안쪽까지 가면 도서관도 있고, 김대건 신부상도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걷기도 많이 걸어서 지치고, 덥기도 덥고, 남쪽에 있는 아마 사원도 가고 싶어서 조금 걷다가 돌아왔다. 

그나저나 한국 카톨릭 성지순례로는 마카오도 좋은 장소인 것 같다. 까모에스 성당 바로 앞에 있는 성 안토니오 성당-인 것 같은데 아닐지도-에도 김대건 신부상이 서 있었으니까. 이곳 신학교에서 공부하고 서품을 받고 난 후 조선으로 돌아가 순교했으니 관련된 유적이나 동상이 많은 것도 이해가 간다. 

아, 그리고 마카오판 파고다 공원의 한국과의 차이점 하나. 할아버지만 많은 게 아니라 할머니도 많았다. 

구경보다 스누피가 먼저

마카오 관광이야 뭐 다들 세나도 광장에서 시작하니까 우리도 세나도 광장부터. 다들 가는 웡치케이에서 완탕면이랑 마요네즈 새우랑 차이신도 먹고, 도밍고스 성당 보고서 육포 거리 지나서 성 바울 성당 유적으로 올라가는 평범한 코스.

그런데 성 바울 성당을 눈앞에 두고 보게 된 것이 있었으니. 
성당 올라가는 길 오른편에 이렇게 스누피 캐릭터가 보였다. 영기병과의 스누피 콜라보 팝업 스토어였다. 들어가 보니 전체적으로 피너츠 캐릭터로 아기자기하게 꾸며놨다. 한쪽에는 마카오 관광 명소와 스누피가 스탬프도 잔뜩 있었고. 

구리랑 나랑 둘 다 스누피를 좋아하기에 관광을 미루고 스누피 캐릭터에 열중했다. 가게 안에 디스플레이해 놓은 인력거 같은 거 타고 사진도 찍고. 육포거리에서 육포를 못 샀기에 여기서라도 사려고 이거저거 맛을 봤는데 마음에 딱 드는 게 없어서 곤란해하다가 추이로우깐을 발견했다. 홍콩에서도 발견을 못했던 바삭한 육포. 대만 것보다 좀 짤막하기에 집에 가져갈 거 2개랑 내가 먹을 거 2개를 사고, 아몬드 강정도 있기에 그쪽도 살펴보고 있었다. 내가 물건을 사고 있자 구리는 부담없이 사진 찍을 수 있다며 천천히 고르라고 했고. 

사실 스누피 콜라보 상품도 있었는데 사탕이랑 쿠키 같은 종류라 사지는 않았다. 나중에 보니 마카오 공항 면세점에서도 스누피 콜라보 상품은 살 수 있더라. 물건 다 사고 나오면서 둘 다 저 빨간 개집 옆에서 사진도 찍었다. 

성 바울 성당은 여전히 사람이 바글바글. 예전에는 몰랐던 건지 없었던 건지 지하에 납골당이랑 작은 박물관이 있어서 거기도 둘러봤다. 성당 옆에 있는 마카오 박물관도 가고 싶었지만 불행히도 월요일. 그래서 몬테 요새를 둘러보러 갔다. 그곳으로 가는 길에 보게 된 성 바울 성당의 옆면. 
늘 보던 풍경과 달라서 그런지 좀 새로운 기분이 들었다. 저렇게 앞면만 남은 모습으로 용케도 오래 버텨왔구나 싶기도 하고. 

1 2 3 4 5 6 7 8 9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