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져도 괜찮아

어제 커뮤니티를 이러저리 헤매다 이런 바지가 있는 걸 알게 됐다.

이제 막 걸음마 시작하는 아이들을 위한 바지 같은데 무릎에 폭신한 거 대고 넘어져도 괜찮아라는 문구도 박았다. 애들이 이걸 읽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보호대가 있으니 넘어져도 괜찮다고 부모를 안심시키는 바지겠지.

예전부터 생각해 왔는데 우리는 자라면서 넘어지거나 실패해도 괜찮다는 교육을 전혀 받지 않는 것 같다. 인력이 국가 자원의 전부인 나라라서 그런지 사회 전반적으로 오로지 성공만을 강조한다. 하지만 성장 과정에서 성공만 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성공보다는 실패를 더 많이 하게 될 텐데 그럴 때 자신을 추스르는 법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달까.

그리고 뭘 하면 중단하게 됐을 때 쉬다가 다시 하면 된다는 가르침도 전혀 없다. 네가 그렇지 내지는 역시 작심삼일이었어 라고 몰아가는 분위기랄까. 작심삼일이어도 쉬고 다시 시작하면 결국은 조금씩 전진하게 될 텐데 뭘 그리 죽기살기로 사람들을 몰아가기만 하는지. 

넘어지면 포기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를 추스르고 난 다음 다시 일어나서 가면 된다고 가르치는 게 난 우리사회에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다 정 하기 싫으면 다른 길로 갈 수도 있는 거고. 

성공만을 강조하거나 넘어지는 게 잘못이 아니라 쉬었다 다시 가면 된다는 것을 가르치지 않는 것이 결국은 개개인의 자존감 하락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결국은 남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이려나. 

수능 끝나고 신문에서 자살한 수험생들 기사를 볼 때마다 항상 생각한다. 실수하거나 넘어지는 걸 용납하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가 이런 현상을 만들지 않았나 하고. 물론 그때는 수능 성적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 같고 좋은 대학을 가지 못하면 인생 자체가 망가지는 것 같겠지만 길게 보면 그렇지 않은데 그걸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으니...

사실 그것도 사회 자체가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일인데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는 빡빡한 것 같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사회 전반적으로 풍요로워져야 그런 교육도 가능하겠지. 

개인적으로 스무살 무렵의 나는 내가 실수를 한다는 것을 용납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데이터 입력하는 아르바이트할 때 잘못 입력한 걸 발견하면 '진짜?' 하면서 내 눈으로 다시 한 번 확인하고는 했다. 아저씨들한테 왜 실수한 걸 받아들이지 못하느냐는 소리도 듣고. 이제는 스스로에게 많이 너그러워지고 실수하면 바로잡고 가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정말 긴 세월이 걸렸다. 이걸 좀 더 일찍 깨달았다면 조금 더 편안한 20대를 보냈을 텐데. 

어쩐지 거지가 된 느낌

월요일에 아파트 잔금을 치러야 하기에 오늘 은행에 가서 각종 적금과 보험을 전부 해약했다. 오전에는 기업은행, 오후에는 국민은행.

다른 건 해약해도 아깝다는 느낌이 없었는데 주택청약저축이랑 보험품은정기예금은 좀 아까웠다. 청약통장은 3년 날리고 다음 달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고, 보험품은정기예금은 이제는 없는 상품이라... 이게 이율도 좋고 절세 혜택도 있고 해서 참 좋았는데. 뭐 저거 들 때는 내가 집 살 줄 알았나. 그러니 10년짜리 그냥 턱 하니 들었지.

어쨌거나 이제 적금이고 뭐고 하나도 없는 상황이라-아, 그래도 연금 보험은 해지 안 했다.- 좀 기분이 묘하다. 아르바이트만 해도 어떻게든 여윳돈을 따로 모아두는 성격이라 통장에 돈이 없었던 적이 거의 없으니. 잔금 치르고 나서도 리모델링 대금이랑 취득세,등기 비용이 꽤 크게 나가겠지만 그래도 뭐 돈 마련해 놓은 거에서 조금은 남겠지. 

다음 달부터 다시 적금이랑 청약저축 들어야겠다. 이제는 뭐 통장에 백 만원만 쌓여도 진짜 크게 느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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